Q.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이고 싶은지?
물론 수술도 잘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덕목이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정말 필요한 환자한테 수술하고 좀 지켜봐야 할 환자는 잘 지켜보고, 이런 판단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술기 같은 건 대개 표준화가 됐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환자를 보다 보면 정확하게 판단을 해서 수술할 환자를 적기에 수술하고 그냥 볼 환자를 그냥 보고 추적하고, 그 결정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면에서 신뢰받는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의사로서 아쉬움이나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다른 병원에서 여러 번 수술을 했어요. 그런데 계속 수술을 권하고 그러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니까 그냥 두면 되는 환자예요. 그래서 여섯 번 일곱 번을 션트를 넣었다 뺐다 난리를 쳤는데, 결국은 그 뒤에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내는 애들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외과 의사는 손보다도, 손도 중요해요, 손도 중요한데, 판단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환자들이 어떻게 보면 이상한 싸이클에 들어갔던 게 제가 조금 도움을 줘서 벗어나게 된, 그런 것들도 참 보람이 있고 기억 나는 환자들입니다.
Q. 관심 갖고 계신 연구나 진료 분야가 있다면?
과거에는 뇌종양이 더 재미있어가지고 이런 저런 논문도 쓰고…. 정말 보면 드라마틱한 환자들이 많잖아요. 물론 잘못된 환자들도 있지만…. 뇌종양 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는데 이제 그런 쪽은 후배들도 많이 열심히들 하고 있고, 저는 선천선 기형 쪽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실은 학생 때부터 신경계 선천성 질환은 해주는 게 없구나 해서 실은 제가 외국 연수를 갈 적에 제 위에 분이 “넌 선천성 기형을 공부해라.” 이러셨을 때 제가 싫다고 그랬어요. “전 뇌종양을 할 생각입니다.” 그랬다가 결국 선생님 말씀대로 선천성 기형 쪽으로 연수를 갔습니다. 갔다 와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 여러 가지 연구, 실험실 연구도 하고 환자 연구도 하면서 이게 할 일이 참 많구나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우리 선천성 기형 환자들을 수술을 하긴 했는데 총체적인 관리가 전혀 안 돼 있는 그런 상태였어요. 그래서 ‘아,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이 여기에 더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환자, 보호자 모임도 만들고 캠프도 하고 소식지도 전하고, 외래에서 짧은 시간에 얘기하는 데 한계가 있잖아요. 그리고 궁금해 하는 내용들이 환자들 사이에 겹치는 것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강좌를 통해서 한 달은 비뇨기과, 한 달은 신경외과, 이렇게 돌아가면서 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지금 많이 틀이 잡힌 것 같아요. 그런 게 상당히 보람이 있고요. 또 외국에서도 선천성 기형에 대한 실험 연구라든가 여러 가지를 우리 병원 것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그래서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고 그런 상태입니다.
Q. 환자(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새 환자들, 보호자들 만나다 보면 대개 인터넷이 주 정보원인 것 같은데, 좀 터무니 없는 것들이 많아요. 정말 수술해야 하는 환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이 수술 권유를 받고 실제로 수술을 많이 하는 걸 볼 때 많이 안타깝습니다. 좀 정확한 또 믿을 수 있는 의사분들하고 상의를 하시는 게 상당히 필요할 것 같고요. 저는 사실은 좀 다른 신경외과 의사들보다 수술을 덜 권하는 쪽이긴 한데, 그런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겁도 많이 주고, “바보가 된다, 사망한다, 눈이 먼다, 또 어떻게 된다” 그런 걸 보고서는….
그런 예가 있어요, 쇄항하고 겹치는 척수 이상이 자주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요새 젊은 신경외과 의사들이 그걸 다 수술을 합니다. 그런데 하루는 제 나이 또래 소아외과 선생이 나한테 묻는 거예요. “옛날에는 그런 수술 안 해도 척수 문제가 생기는 환자들 거의 못 봤는데 요새는 왜 딴 병원에서는 수술들을 많이 해?” 그렇게 묻더라고요. 이상한 거죠. 안 해도 되는 걸 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예를 들어서 그런 것들인데요.
인터넷이나 특히 엄마들 소문에 “누구도 수술 했다더라, 누구도 수술 했다더라.” 이런 거에 휩쓸리지 말고 좀더 정확한 상담을 받아서 치료를 받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에요. 그게 제가 일선에서 환자를 보면서 제일 안타까운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