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미진단 희귀질환, 전략갖고 연구하면 신약개발 ‘청신호’

미진단 희귀질환, 전략갖고 연구하면 신약개발 ‘청신호’
2019년 10월 15일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 거점 네트워크-미진단 지원 프로그램 소개
제약계에 장기적 · 전략적 R&D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권하기도

[종합]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희귀질환세미나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 : 진단과 치료를 위한 첫걸음

“오늘 이 자리,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이 오셨죠. IT와 빅데이터, 유전체를 다룰 수 있는 기반 기술이 좋아져서 희귀질환 진단이 빨라졌어요.”

“유전자치료제 ‘스핀라자’ 사례처럼, 현재 연구 자원이 몰리고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이 약이 비싸지만, 차후 바이오시밀러 개발 노력도 보이겠죠. 기초연구 뿐만 아니라 응용연구가 병행돼 시장 속도는 빨라질 것입니다. 근육병 유전자치료제 출현이 가속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은 많지만, 유전자진단 치료 약제가 시장에 나와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어요.”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14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열린 ‘희귀질환세미나Ⅱ –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 : 진단과 치료를 위한 첫걸음’ 주제 발표에서 같이 밝혔다.

채 센터장은 “희귀질환 거점 · 네트워크와 미진단 연구프로그램 등을 정부가 뒷받침해 미진단 희귀질환의 진단이 첫발을 뗐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하는 ‘미진단 희귀질환 연구 지원사업’의 책임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희귀질환 전문가들이 새 질환을 찾기 위해 세운 국제 미진단 희귀질환 네트워크(UDNI, Undiagnosed Disease Network International) 연구에도 참여 중이다.

그는 “‘희귀질환 연구가 돈이 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자 가계를 연구하면 희귀 유전자를 발견, 기능을 연구하고 약을 개발한다”며 “이를 환자 수가 많은 통상 질환(Common Disease)에 응용할 수 있다. 공적인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12월에 시행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으로 정의된다.

전 세계적으로 7700여 종이 보고됐는데, 최근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000여 종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진단 자체가 어렵고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인 극희귀질환과 미진단 희귀질환의 경우 지속적인 진단·연구·치료가 필요하다. ‘의료의 사각지대’다. 따라서 유전자 질환이 중요하다는 것이 채 센터장의 설명이다. 유전자가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극복하기 위해 어떤 치료방침을 세워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일종의 암호’인 셈이다.

미진단 질환은 진단과 신약 개발 연구에 있어서 신성장 영역이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진료하는 ‘정밀 의료’를 부각시킬 수 있다. 유전진단이 가능해지는 희귀질환 수가 매년 100개씩 늘고 있고 FDA에 신약으로 승인받는 희귀약, 세계 희귀의약품 규모도 증가세다. 최근엔 NGS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희귀질환 연구를 통한 진단, 치료제 개발 시장의 잠재적 가치도 오르고 있다.

그는 “의료 산업화, 정밀의료 및 4차 산업 시대의 블루 오션과 같다. 연구의 성과물이 직접 진료에 연결돼 국가 보건산업 성장 및 전체 국민 의료비 절감효과로 연결된다”며 “병원의 희귀질환센터는 임상 의료와 연구 수준이 높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를 병원이 보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 질환 또는 유전자 관련 질환이다. 하지만 유전자 질환이 모두 유전 질환인 것은 아니다. 질환 하나로 봤을 때는 환자 수가 적지만 우리나라에도 60만~70만 명이 있고 전 세계 인구의 6~8%에 달한다. 희귀질환 진단을 통해 조기진단해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여기다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고 다음 세대의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희귀질환 진료는 임상의의 축적된 경험, 다양한 분야의 경험 있는 전문의들 간 협진과 협진 경험의 축적, 증상이 다양해 고난도의 진단·치료 기술과 함께 유전체 연구 및 기능연구 등이 필요하다.

미진단 희귀질환, 전략갖고 연구하면 신약개발 ‘청신호’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제공 :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그래서 국가의 정책적,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이자 국가가 주도해 공공의료에서 수행해야 할 영역이 됐다. 이는 환자들의 주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로 꾸준히 제기됐고, 미국 NIH의 UDP program, 캐나다 FORGE project 등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중심이 돼 희귀질환 진단 프로젝트가 진행돼 왔다.

채 센터장이 소속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연구용역사업 형태로 2017년 처음 시범사업을 수행했다. 희귀질환센터는 41개의 성인 희귀질환 클리닉, 33개의 소아 희귀질환 클리닉으로 구성됐다. 사실상 모든 진료 분야에 희귀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내 희귀질환 중앙지원센터는 총 10개의 권역별 센터를 관리하며 유전자 진단지원 및 미진단 연구를 통한 의료/회송 네트워크시스템을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가 2017년에 한 미진단자 진단 지원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99명의 지원자 중 97건이 등록됐는데 이중 진단율은 27.8%에 달했다.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지원 프로그램은 진단 체계화를 위해 ▶ 희귀질환 진료 전문가 임상 진단 네트워크 ▶ UDP 등록을 위한 프토토콜 개발 (환자 모집 · 의뢰) ▶ UDP 등록 심사/환자 분류 (임상 전문가 컨소시엄 회의) ▶ 신생아 미진단, 응급진단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구성됐다.

희귀질환자가 미진단 프로그램에 의뢰가 되면 임상 전문가 컨소시엄 회의를 통해 의뢰환자를 ▶ 카테고리 Ⅰ : 임상 정보가 부족해 판단 유보 ▶ 카테고리 Ⅱ: 임상 지식 부재로 인한 미진단 ▶ 카테고리 Ⅲ : 관련 유전자 및 임상 증상이 다양해 유전자 진단이 되지 못한 이유 ▶ 카테고리 Ⅳ : 현재 의학지식과 과학기술로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로 분류했다.

그는 “카테고리 Ⅰ과 Ⅱ는 환자를 되돌려 재검이나 부족한 검사를 해 진단한다”며 “카테고리 Ⅲ가 많은 편인데 유전자 분석을 해 진단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다”고 했다. 미진단 환자 진단 프로그램은 표준화된 임상 정보 및 임상-유전체 연계 정보 파이프라인을 진행·연구한다.

진단이 어려운 질환이라면 카테고리 Ⅳ ‘상세불명 희귀질환’으로 진단 및 치료제 개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UNDI 및 Matchmaker exchange라는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등록한다. 네트워크는 보안 절차에 따라 희귀질환 참여 연구자들 간의 협력 연구에 쓰인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은 많지만 희귀질환 치료제가 등장해 치료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그에게 “중앙센터와 지역거점센터의 차이가 있는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공공의료가 성장하는 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이 똑같이 잘하는 건 그 역량만큼 기회를 줘야 한다. 따라서 연구 인프라도 공유해야 한다”며 “고칠 수 없는 건 현재 기술의 한계이지만 같이 발전해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발표가 끝난 후 채 센터장은 “미진단 희귀질환자 진단 지원 프로그램의 정책, 연구 관련 제언을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연구 개발에서 지속할 수 있게 연구비가 지원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효과가 늘어날 수 있다. 희귀질환 정책에서는 확실한 목표 아래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효율적인 운영도 가능해진다. 또 통계 기반의 미진단 질환 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희귀질환 거점 · 네트워크와 미진단 연구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 것은 정책적 첫걸음으로 긍정적”이라며 “제약업계는 장기적 · 전략적인 연구 개발을 한다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블루 오션으로 충분히 가능성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