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아안과 김정훈 교수

2016년 07월 09일

Q. 현재 진료(연구)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

제가 레지던트 1년차 4월에 소아안과 주치의를 처음 시작한 날이었는데, 지금도 제가 그 환자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고, 또 아직도 그 환자가 1년에 한 번씩 외래를 오거든요. 그 당시에 그 아이가 지방에 있는 병원에서 미숙아망막병증으로 진단을 받았고, 미숙아망막병증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사실 발견이 됐기 때문에 아이가 미숙아망막병증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순 없고, 최종적으로 하는 망막 판분리라는 수술을 받으려고 저희 병원에 온 상태였는데요. 제가 4월에 소아주치의 시작하는 첫 환자였습니다. 사실은 그 환자 어머니한테 수술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어머니가 처음 저 볼 때부터 울기 시작해서 계속 동의서를 받을 수 없어서, 제가 지금도 기억 나는 게 병실로 세 번을 찾아갔는데 결국 동의서를 어머니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하고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울면서 설명만 적당히 듣고 사실 서명을 하고 수술을 진행했었고….

결국 그 아이한테, 어머니한테 저희가 해줄 수 있었던 말이 “아이가 이 수술을 해서 좋은 시력을 갖게 되고 다른 아이들처럼 잘 볼 수 있습니다.”가 아니라 “아이가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좋겠다. 그리고 아이가 이 안구를 유지할 수만 있어도 이 수술은 성공이다.”라고 설명하고 수술했었던 생각 때문에, 그 때 제가 느낀 게 사실 다른 안과의 질환들은 저 아니어도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또 훌륭한 임상의사 선생님들도 많았고 좋은 치료들도 많았기 때문에 분명히 환자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적어도 이런 질환들, 선천성 질환들, 특히 미숙아망막병증 같은 경우는 어찌 보면 남들이 그렇게 알아 주는 질환도 아니고 굉장히 드문 질환이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어렵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사실 안과 의사들도 조금 소외시키는 질환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이런 질환을 내가 연구를 한다면 내가 나중에 안과 의사로 살지 않더라도 연구자, 기초연구자로 살더라도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거겠다 싶어서 그 환자 진료 보고 나서 ‘나는 이제 소아안과를 해야겠고 그 중에서도 미숙아망막병증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야 겠다.’ 싶어서 (이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Q. 의사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제가 보호자분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생각에 어느 병원에서 어느 선생님한테 진료를 보시더라도 적어도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본인이 맡은 환자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끔 진료를 보면서 제일 어려운 점이 뭐냐 하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시면서 교수님들한테 진료를 받고 그러면서 그 선생님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보다는 보호자분들께서 이해하시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계셔서 가끔은 그것 때문에 똑 같은 진료를 여러 병원에서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확인을 받고 싶어서….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어떤 병에 대해서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 보는 건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생님들이 비슷한 의견을 주신다면 어느 선생님이든 그 의견을 주신 선생님들을 믿고 의지하고 진료를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Q. 환자(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아정신건강의학 분야는 이런 아이들의 발달의 문제를 주 문제로 해서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어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치료나 교육적인 도움을 통해서 아이들의 발달 과정 상에서 건강하게 회복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유아기나 초기 아동기나 아동기∙청소년기, 각각의 시기마다 아이들이 겪는 과정 속에서의 어려운 점들도 많이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의 발달 과정 전반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마다 발달의 과정이나 성숙의 시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어머님들이, 아버님들이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늦을까 더딜까 이런 걸로 좌절하시고 힘들어하시기 보다는 그 아이의 고유의 발달을 가족들이 함께 도와주시고 치료적인 도움을 함께 받으시면서, 아이의 고유의 발달을 함께 경험하고 즐겁게 즐기시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검증된 치료, 즉 근거가 있는 치료를 잘 받도록 해주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것이지요.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빨리 회복시키고자 하는 그런 마음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오는 경제적인 피해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 하기 때문에 오는 아이에 대한 피해, 또 결과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생기는 2차적인 마음의 상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아이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말 적절한 평가 그리고 그 평가를 기반으로 해서 그 아이에게 맞는 검증되고 근거가 있는 확립된 치료들을 받도록 노력하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와 함께 노력하시면서 아이가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저희 치료팀과 부모님들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